가장 난처한 병. 치질 항문병에는 어떤것이 있는가?
항문병 치료사 치핵.치루는 남자에게, 치열은 여자에게 많다
 

가장 난처한 병. 치질
 

 

세상에 병들도 많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내색하기 곤란한 것이 바로 항문병이다. 이 항문병 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이 치질인데, 이 말은 우선 남 앞에 발설하기조차 부끄럽고 쑥스럽다. 우리 신체 중에서도 가장 불길하게 느끼는 부위인데다, 용기를 내어 말을 꺼내더라도 주위 사람들이 병 같지 않게 생각해 그냥 웃어 넘기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마치 환자가 평소에 청결을 유지하지 못한 죄라도있다는 듯이 말이다.

치질 환자를 더욱 괴롭히는 것은 환부를 자기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거울을 밑에 놓고 비춰볼 수는 있으나,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게다가 환부가 징그럽고, 사람의 가장 중요한 부위와 연결되어 있어 웬만큼 용기를 내지 않고는 쳐다보는 것조차 어렵다. 자기 스스로도 그런데, 하물며 남앞에 내보이기는 얼마나 어렵고 힘들겠는가! 그래서 치질은 부부 간에도 잘 보여주지 않는 병이다. 이렇게 드러내기 어려운 병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치질환자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다. 병원에 가는 것이 마땅한데도 수치심때문에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는다.

처음에 피가 나올 때에는 짧은 의학상식으로 내출혈이 아닌가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도 하고, 며칠 지나 증상이 없어지면 안심해버린다. 그러다 다시 피가 나오면서 항문이 아프고 쓰라리면 좌욕을 하든가 연고를 발라본다. 그래서 나으면 걱정이 없겠지만 치질이란 병은 몸이 피로하거나 과로, 폭음한 후에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러면서 치질은 점점 악화되어 참을 수 없는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 한 탈항환자의 이야기

 

 

1년 전부터는 길을 걷다가도 탈항이 되어 외출하는 것도 두려워졌다. 급기야 치질수술을 잘한다는 유명한 병원은 모두 다녀봤으나, 도무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렇게 이 병원 저 병원 수소문하다가 본원으로 오게 되었다.
검사를 해보니 내치핵(암치질)에 의한 장미꽃형 탈항이었다. 그분은 어디서 이야기를 들었는지 수술을 하고 나면 항문이 새지 않느냐, 재발하지 않겠느냐, 통증이 심하지 않느냐 등 계속 물었다.

탈항이 되어있는
4기 치핵의 수술전 모습

 


필자가 그런 걱정 하지말라고 하면서, 수술한 날 밤에만 약간 아프며 참을만 할것이라고 말해 주었더니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는지 필자에게 수술받기를 원했다. 수술을 끝내고 5일쯤 입원 가료한 후 퇴원하라고 했더니,'이렇게 편하고 안 아플 줄 알았으면 진작 선생님을 찾는 건데, 고생한 지난 세월이 아깝다'고 하면서 필자의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분은 현재 완치되어 다시 왕성하게 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항문병에는 어떤것이 있는가?
 

항문병 하면 대개 치질이 떠오를 것이다. 사실 항문병이 있어 찾아오는 환자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치질환자이다. 그런 면에서 치질은 항문병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치질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치질은 아니다. 우리가 의학적으로 치질이라고 할 때 그것은앞에서 예로 든 치핵과 탈항, 치루 등을 통칭해서 말하는 것이다.

대장항문에 발생하는 주요질환으로는 이 밖에도 치열(항문이 찢어져 생기는 병), 항문가려움증, 대장염, 직장암, 변비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치핵, 치루, 치열을 항문의 3대질환이라 한다. 이러한 여러가지 대장 항문병들은 각 증세에 맞는 치료를 적절히 받아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궤양을 동반한 치열

항문암

탈항을 동반한 내치핵

항문병 치료사

 

이 탈항환자의 사례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치질 환자들은 치질치료에 대한 의학적 지식이 정확치 못하고, 부끄러움때문에 병이 악화될 때까지 방치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과는 달리 현대의학은 치질을 비롯한 항문질환의 치료에 있어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을 만큼 발전을 거듭해왔다. 물론 오랜 임상경험과 발달된 의료기구가 갖춰진 병원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서양의학사를 보게 되면 기원전 400년쯤에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치질을 불로 태우는 치료를 처음 시도했다고 한다. 요즘 말로 하면 소작술이 된다. 200년 전부터 치질을 고무로 묶어 떼어내는 결찰술이 시작되어 현재의 결찰 절제술로 발전했다.

치루(항문주위에 고름이 생기는 병)의 치료는 150년 전항문샘이 항문과 직장 사이에 6개에서 10개 정도 있다는것이 발견되어 완치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이 항문샘에 세균이 들어가서 생긴 것을 의학용어로 항문농양이라 하며 그것이 터진 상태를 치루라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항문에 생긴 맹장염이다. 프랑스 황제 루이 14세와 나폴레옹도 치루로 고생했다는 기록이 있다.

의과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대장 항문병은 병 취급도 하지 않아서 대학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지금부터 20년 전인 그때는 무자격 돌팔이 의료인들이 돌아다니며 몰래 치질을 치료하였다. 그 당시 대학병원에서 치질환자는 서자 취급을 받았다.

또한 대다수 의사가 수술을 기피했기 때문에 아직 전문적 능력이 부족한 수련의들이 치질수술을 도맡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수술을 했다하면 모두 재발하였다. 수술 후에는 항문에다가 말뚝처럼 대롱을 가제로 감아서 박아 놓는데, 단지 죽지 않았다 뿐이지 그 통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연유로 한 번 수술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면서 수술하지 말라고 말릴 정도였다.

병원에서 의사가 치료를 못하니 자연히 민간요법이 성행하게 되었다. 쑥찜이 좋다고 하니까, 그것을 해보겠다고하면서 항문에 뜨겁게 갖다 대어 심한 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가 하면 카바이트를 쏘여서 항문이 헐기도 하고, 살을 썩게 하는 부식제를 주사기로 괄약근에 잘못 주입해서 항문이 막히거나 줄줄 새기도 하였다.

요즘도 한 번씩 치질을 머리카락으로 묶었다가 통증이 심한 나머지 필자를 찾는 환자들이 있다. 이런 환자들은 한방에서 말하는 결찰법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자가 치료한 경우인데, 중증의 경우 의사의 도움없이 민간요법만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치핵, 치루는 남자에게.. 치열은 여자에게 많다

 

치질은 남녀 모두에게 똑같은 비율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에게 수술을 받은 환자 9000명을 분석해 보니 남자 대 여자의 비율이 치핵은 1.5:1, 치루는 6:1정도로 남자가 많았다. 그러나 치열은 0.9:1정도로 여성이 남성보다 조금 많았다. 입원환자 통계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치질이 많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시사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청결하지 못하고, 술을 많이 마시며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먹고 과로를 하기 때문일까?

그런데 항문의 구조를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약하다. 그리고 여성은 출산으로 치질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 이러한 객관적 조건을 보면 여성환자가 남성환자보다 많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성은 치질이 있어도 대개 참을 것이다. 그러다가 너무 심해져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병원을 찾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 여성 치질환자의 부끄러움

 

 

지난 가을이다. 육십대의 노신사가 삼십대 초반의 여성과 함께 진찰실을 찾아왔다. 여자 본인은 얼굴이 빨개져서 말도 못하고 같이 온 남자분이 대신 치질로 통증이 심하다고 전한다. 진찰을 해보니 탈항으로 성이 나서 앉기도 힘들 정도이다. 수술을 하기로 하고 보호자 사인을 받는데, 노신사가 '환자의 부' 라고 쓰면서. '시집을 보냈지만 애프터서비스는 계속 해주어야 하지 않느냐' 면서 웃는다. 상당히 멋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한번은 홍도에서 전화를 받았다. 홍도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없는데 더구나 여자 음성이다. 사연을 들으니 다음과 같았다. 자신은 스물 다섯 살 된 여자로 친구들과 함께 일주일 전에 홍도에 놀러갔다. 평소에 변을 볼 때는 나왔다가 변을 본 다음에 밀어넣으면 들어가던 혹이 이번에는 안들어가고 아프다는 것이다. 자신은 친구들도 모두 그런 혹이 있는 줄 알았는데, 친구들은 아무도 없다고 하며 암인 것 같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울먹이면서 암이면 물에 빠져 죽을 것이니 솔직히 대답해달라고 한다. 필자가 우선 진찰을 해보게 바로 서울로 올라오라고 하니 부끄러워 못 가겠다는 것이다. 겨우 달래서 필자의 병원으로 오게 하였다.

필자가 진찰을 해보니 항문섬유종(항문에 생기는 혹으로 암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아가씨는 간단히 수술을 받고 퇴원하면서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 것이며 매년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겠다' 하였는데 퇴원 후 필자는 그녀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이 아가씨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대개의 사람들은 항문병에 대한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기 때문에 피가 조금 나거나 혹이 튀어나오면 혹시 암이 아닌가 하면서 커다란 근심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나 치질은 알면 금방 고칠 수 있는 병이다. 그것도 초기에 증상이 쉽게 나타나기 때문에 주저하지 말고 의사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부끄러움때문에 일생을 근심과 불안 속에서 불편하게 사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가장 많은 치핵 마제형 치루환자
항문의 맹장염치루 치열
 

치질만큼 사람들 입에서 은밀하게 회자되는 병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치료법도 다양하고, 각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평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치질의 증상이나 치료법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가장 많은 치핵

 

치질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이 치핵이다. 치핵은 치질의 50%를 차지한다 항문에 혹이 생기면 일단 치핵으로 생각해도 거의 틀리지 않는다. 치핵은 그 형태나 위치에 따라 내치핵(암치질), 외치핵(수치질), 혼합치핵(내치핵과 외치핵이 복합되어 있는 것)으로 크게 나뉜다. 혼합치액이 70%를 차지하며, 내치핵이 20%, 외치핵이 10%를 차지한다.

항문에는 변을 볼 때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스폰지 같은 장치가 있다. 즉, 항문은 혈관으로 된 큰 쿠션 3개와 작은 쿠션 3개로 구성되어 있다. 항문에서 피가 잘 나오는이유는 이와 같이 거미줄처럼 얽힌 핏줄이 대변이나 배변시 가하는 힘으로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핵이 발생하는 부위도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즉, 핏줄이 모여있는 항문의 우측 전방,우측 후방, 촤측방에 주로 생기며, 그 사이에 새끼 치핵이 발생한다. 암치질이라고도 하는 내치핵은 빨간 장미빛 색깔을 띄고 있으며, 수치질이라고도 하는 외치핵은 나팔꽃처럼 검푸르다.

 

 

 

▶ 혼합치핵을 가진 여성환자

 

 

한번은 새침하게 생긴 중년부인이 친구와 함께 진찰실 문을 두드렸다. 자신은 대학병원의 과장님만 상대하는 사람이라면서 필자가 하도 치질 수술을 잘한다고 친구가 칭찬하는 바람에 찾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 부인의 친구분에게 필자를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다. 자기 친인척 일곱 명이 필자에게 수술을 받았는데 모두 경과가 좋다고 한다.

그 부인의 증상은 외치핵과 내치핵이 같이 있었으며, 항문이 쭈글쭈글하니 아주 못생겼다. 얼굴이 못생긴 사람을 성형수술한다고 해서 썩 뛰어난 미인으로 만들지 못하듯이, 치질 수술도 병적으로 변한 항문부위를 수술하는 것이지 아주 새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그 부인은 '대학병원 병'에 걸리신 분인데, 조그만 병원에서 수술받은 게 자존심이 상했던지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자기 딸 항문을 보니까 미끈한데 자기는 그렇지 않다, 변 볼때 따끔거린다, 화장지에 피가 묻는다는 등 사람을 몹시 피곤하게 했다. 급기야는 대학병원에 가서 수술이 잘 되었는지 검사 해보겠다고 의뢰서를 써 달라고 한다.

두말없이 의뢰서를 써주고 일주일이 지났는데 그 부인이 손에 꽃을 한 다발 들고 배시시 웃으며 들어오는 게 아닌가! 병원으로 들어와서 하는 말이, '대학병원에서 수숱이 아주 잘되고 항문기능도 완벽하다' 고 했다는 것이다. 그 부인은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눈치였다. 이럴 때 의사는 행복하다.

 

 

 

▶ 장미꽃처럼 생긴 탈항

 

 

내치핵이 항문밖으로 심하게 나와 밀어넣어야 들어가는 상태를 탈항이라 한다. 탈항이 되면 빨간 장미꽃 세송이가 피어있는 모양을 한다. 앞에서 예로든 청주의 중년남자의 경우가 탈항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 탈항과 비슷한 직장탈

 

 

이 탈항과 비슷한 것이 있는데 직장탈이 그것이다. 직장탈은 탈항과는 달리 직장이 약해서 처진 상태로 대장을 받치고 있는 힘줄이 늘어나서 장이 내려앉기 때문에 발생한다. 직장탈은 어른 주먹보다 큰 경우가 많다.

 

 

장미꽃처럼 생긴 탈항

직장탈

 

마제형 치루환자

 

서울대 교수이며 유명한 문학평론가인 박모 교수가 필자에게 수술을 받은 사돈의 소개로 필자를 찾아왔다. 5년 전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대학병원에서 항문이 곪아서 수술을 받았는데 다음날 더 아파서 다시 수술을 받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른다고한다. 한달 후 다시 수술을 받으라고 해서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받은 상처가 낫지 않고 고름이 나오다 안 나오다 하면서 몹시 괴롭다고 하였다.

진찰을 해보니 마제형 치루였다. 고름이 나오는 구멍은 항문 왼편에 있는데 항문샘이 곪아서 생긴 뿌리 부분은 항문 후방 꽁지뼈가 있는 부분이었다. 이 환자의 병이 재발한 원인은 치루의 뿌리가 항문 뒤에 있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분은 근충전술로 수술을 받고 일주일 후에 퇴원하여 바로 강의를 시작했으며, 지금은 건강한 모습으로 활동하는 것을 텔레비젼을 통해 자주 본다.

마제형 치루

 

항문의 맹장염 치루

 

항문과 직장 사이에는 변을 아래로 수월하게 밀어보내도록 기름을 내보내는 항문샘이 있다. 대변 속에 들어있는 세균이 이 항문샘에 침입해서 곪은 상태를 항문직장주위 농양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농양이 터져 고름이 흐르는 상태를 치루라고 한다. 치루는 남자에게 많으며, 항문 뒷쪽에서 50%, 항문 옆에서 30%, 항문 앞쪽에서 20%비율로 발생한다. 치루는 가지를 뻗어서 벌집처럼 되는 사람도 있으며. 오래 방치하면 암이 되거나 난치가 된다.

치열

 

치핵, 치루와 함께 항문의 3대 질환중의 하나인 치열은 항문이 파열된 상태로 세균에 감염되어 만성으로 된다. 항문크기보다 크고 단단한 변이 나오면 항문이 파열하는데 이때 방치하면 상처가 아물지 않게 된다.

치열

 
모두 수술해야만 하는가? 수술하면 항문이 줄줄 샌다는데?
수술하면 통증이 얼마나 심한가? 치질은 암이되는가?
 
모두 수술해야만 하는가?
 

치질은 모두 수술해야만 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양의학에서는 치질을 모두 수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치핵의 80%는 수술하지 않고 치료가 가능하다. 절제수술은 전체 치핵환자의 20%정도에만 시행한다. 즉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할 때 불가피하게 수술을 하는 것이다. 변을 볼 때마다 나와서 밀어 넣어야 되는 탈항의 경우나, 염증으로 통증이 심할 때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 치료를 하였으나 효과가 없을 때 수술을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성질이 비교적 급한 편이어서 뿌리를 뽑아 달라는 요구를 많이 하는데, 치질 치료는 치과 치료와 비슷하여 치료의 선택이 중요하다. 치아는 뽑기는 쉽지만 다시 만들기는 힘들다. 한 때 틀니가 유행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가능한 이를 뽑지 않는다. 유방암 수술도 예전에는 유방을 전부 도려냈지만, 지금은 암이 생긴 부위만 도려내고 방사선 치료를 하는데 효과는 같다. 이와같이 치질도 예전에는 항문을 도려내는 방법이 유행했는데 요즈음은 꼭 필요한 부위만 잘라낸다.

치루는 치핵과 달라서 근치(根治)수술이 필요하다. 치루는 수술 치료없이는 완치될 확률이 1%미만이며 계속 재발성 항문주위 농양을 유발하며 만성적인 염증을 유발하여 치루암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한다.

치료방법은 치루의 모양에 따라 달라야 하며 치루의 종류에 따라 치료성적도 차이가 있다. 항문 내강에서 외부피부까지 누관이 형성된 것이 치루이다. 그러므로 이론적으로는 누관 즉 치루를 모두 절제하거나 절개하면 그 치료가 가능하나 치루가 항문괄약근을 통과하기 때문에 고위(高位) 치루인 경우에 절개하면 괄약근의 손상이 많아서 수술후 대변을 참지 못하는 변실금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절개창이 크게 남아 육아조직으로 창상이 치유될 때까지 많은 시일이 필요하다.

따라서 고위(高位) 치루인 경우에는 근충전술, 결찰술, 항문 점막 피판술 등 여러가지 수술이 경우에 따라서 적절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예전에는 시골에서 무자격 한의들이 치루 구멍 사이로 실을 넣어 묶어서 치료하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간단한 치루는 이런 결찰법으로 완치된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마취를 하지 않고 하기 때문에 통증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마취를 무서워하는 환자를 자주 대하는데 항문 수술 마취는 간단하고 부작용이 없으므로 안심해도 좋다.

한 살 미만의 유아의 치루는 우유를 먹고 자란 남아에게 발생하는데 면역력이 약해서 생긴다. 예전에는 어느정도 성장한 다음에 수술을 하였는데, 요즘은 바로 수술한다. 통원수술도 가능하며 재발이나 후유증은 없다.

 

▶ 유아 치루 환자

 

 

봄이 아직 저만치 있던 3월의 어느날 오후, 생후 2개월된 아기를 안고 성남에 사는 한 부인이 진찰실로 들어왔다. 안경을 낀 그 부인은 약간은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아기 항문에 종기가 생겼다고 한다. 가까운 병윈에서 고름을 쨌으나 낫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무슨 병이냐고 물었다. 아기는 남자 아이로 모유를 먹이지 못하고 우유를 먹이고 있으며 첫아이라고 하였다.
 

         유아치루

진찰을 해보니 항문 왼편에 치루가 발생했다. 원인은 모유를 먹지 못해 면역력이 약한 상태에서 항문샘에 세균이 침입한 결과였다. 수술을 해야 근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수술을 권하였다. 일주일 후 수술을 받으러 와서 직장 항문 초음파 검사를 하여 수술부위를 검사한 후 수술을 시행하였다. 수술 후당일 퇴원하였으며 15일만에 완치되었다.

치열은 초기에는 항문을 따뜻한 물로 잘 세척하고 변비를 피하면 대부분 치료된다. 이때 관리를 소홀히 해서 만성이 되면 항문이 좁아져서 배변시마다 피가 나고 아프므로 항문을 키워주는 치료를 받게 된다. 배변후 30분 이상 아프면 수술을 받는 편이 좋다.

 

수술하면 항문이 줄줄 샌다는데?

 

수술을 하면 기저귀를 차고 다녀야 하며, 변을 못참아서 옷에 변을 묻힌다는 소문에 치질 환자는 걱정이 태산같다. 사실 수술을 잘못해서 괄약근을 절단하면 변을 참지 못한다. 그래서 항 문수술이 어려운 것이다. 위암이나 간암수술의 권위자도 항문수술은 쩔쩔 맨다.

집을 지을 때 목수의 일과 미장이의 일이 다르듯이 현대사회에는 전문의 제도가 있으며 항문과라는 병원간판을 걸고 진료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사부에서 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을 가보았지만 유명한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는 치질수술을 거의 하지않는다. 모두 치질 전문병원에서 수술을 하며, 대학병원수련의가 개인병원으로 배우고 나오는 실정이다.

항문의 기능과 구조를 아는 항문 전문의가 수술하면 항문이 새는 일은 절대 없다. 필자는 치질 환자를 9000명 넘게 수술하였으나 여전히 부족한 점을 느끼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환자가 믿고 찾아다닐 수 있는 전문능력을 갖추려면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얼굴이 다르듯이 항문의 모양도 제각각이며 사람의 성격이 다르듯이 항문의 기능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수술 후에 항문이 좁아지는 일이 있는데 이것은 치질을 과도하게 잘라내거나 치유과정에서 항문이 유착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수술을 잘해 항문이 예쁘게 된다 할지라도 그 기능을 제대로 복구시키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항문은 한 번 망가지면 완전한 기능회복이 어렵다. 항문이 새면 괄약근 복원수술을 받아야 하며, 90%정도 완치된다. 항문이 좁으면 항문 성형수술로 늘려준다.

 

수술하면 통증이 얼마나 심한가?

 

진찰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수술하면 아프죠? 하는 소리이다. 어떤 수술보다도 치질 수술이 아프다고 소문이 나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수술을 받고 나니 참 편안하다' 는 말을 환자로부터 자주 듣는다. 어떤 환자는 수술받고 바로 집으로 가겠다고 하는데 수술방법에 따라 통원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통증이 없는 경우도 많다. 통계로는 입원기간 중 진통제 주사를 한번도 맞지 않는 경우가 30%, 1회가 40%, 2회가 20%, 3회가 1O%정도이다.

나이가 젊을수록 피가 나오는 출혈형 치핵에서 통증이 많은 경향을 보이며 탈항이나 치루에서는 통증이 적다. 그리고 나이가 많을수록 치질부위의 숫자가 적을수록 통증이 적다.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항문 수축근이 조여들기 때문이다. 직장은 통증 신경이 없어서 아프지 않지만 항문 끝에는 신경이 많아서 아픔을 많이 느낀다. 보통 수술 후 일주일정도 지나면 통증은 사라진다.

 

 

 

▶ 수술후에 재방은 얼마나 되는가?

 

 

치질환자는 참으로 고민이 많다. 부부간에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가,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는데 병윈측에서는 시원스런 대답을 해주기는 커녕, 치료를 장담못한다고 하니 정말 답답한 노릇일 것이다. 그래서 이 병원 저 병원 다녀보기도 하고 좋다는 민간요법을 다 해보아도 별로 신통치 않아 아예 포기하고 지내다가 어디서 얘기를 들었는지 찾아온다. 그런데 그 첫마디가 자신이 있느냐는 말이다. 만일 재발되면 책임을 지라고 한다.

치핵은 유능한 항문외과 전문의가 수술하는 경우에 재발은 거의 없다. 항문직장 농양(치루 이전 단계)은 고름만 제거하면 거의 재발하게 된다. 이것은 염증이 생긴 항문샘을 완전히 제거해야 완치된다. 항문샘을 찾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진땀을 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염증이 너무 심할 경우 한 번에 수술하면 괄약근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으므로 두 번에 나누어 수술하는 경우도 있다.

치열은 수술 후에 변비를 치료해야 재발이 없다. 직장탈은 수술방법이 스무 가지가 넘는다. 개복수술을 하면 재발은 적으나 후유증이 많은 편이다. 항문을 통한 결찰법이나 절제술은 완치율이 개복술에 비해 떨어지긴 하나 후유증은 없다. 일단 항문을 통한 치료를 먼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질은 암이 되는가?

 

치질을 수술하기 전에 먼저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데 이 때 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환자 300명에 1명 정도이다. 치질과 직장암이 공존하고 있는 경우가 0. 3%쯤 된다는 이야기이다. 치루는 오래 방치하면 치루암이 된다. 용종은 2cm가 되면 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많다. 치질 수술 중에 암이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직장과 항문의 구조

 

 

 

▶ 치루암 환자

 

 

32세쯤 된 한 부인은 항문옆에 뽀루지가 나서 근처 병원에서 환부를 째고 주사를 계속 받았는데도 통증이 있으면서 낫지 않았다. 그 부인을 치료하신 원장님이 필자에게 치료를 의뢰하게 되었다. 수술을 해보니 치루가 딱딱하고 점액이 나왔다. 암이 의심스러워 조직검사를 해본 결과 치루암으로 판명되었다. 암이라는 말에 그 부인은 '내 아이들은···' 하면서 울먹이는데 필자 역시 가슴이 아파서 환자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치루암은 악성이어서 대부분 1년 정도 밖에 살지 못한다.

행상을 하며 사는 김모씨는 일을 하다 갑자기 치질이 밑으로 빠졌다. 걸을 수도 없고 너무 아파서 앉을 수도 없어 필자를 찾아왔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려고 하니 한 달 전에 변볼 때 피가 나서 장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고 하면서 그냥 치질 수술이나 잘 해달라고 부탁했다. 환자를 강요할 수가 없어서 검사를 생략하고 수술을 시행하였다. 그런데 직장암이 있는 게 아닌가!

엑스레이 검사는 직장암의 진단에는 정확하지 못하다. 대장내시경 검사가 직장암의 진단에는 정확하다. 엑스레이검사와 대장내시경 검사는 상호 보완관계가 있으므로 두가지 검사를 같이 해보고 그 다음부터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일년에 한 번 정도 받는 게 좋다.